아침부터 한국은행 회의가 있어 을지로 근처까지 부랴부랴 달려갔던 하루. 회의가 예상보다 길어져 배 속은 이미 허기 신호를 보내고 있었고, 마침 오래전부터 저장해두고도 못 가본 을지로맛집 ‘한가람’이 떠올랐다. 점심시간이 막 시작될 무렵이라 사람이 많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살짝 비껴 들어가니 붐비지 않아 워킹맘에게는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회사와 회의로 빽빽하게 채워진 오전을 지나, 스스로에게 주는 작은 보상 같은 점심 시간이었다.
한가람은 워낙 간장요리와 해산물로 유명한 곳이라 들어서자마자 특유의 짭조름하고 고소한 향이 먼저 반겨준다. 메뉴판을 펼쳐놓고 고민할 것 없이 오늘의 선택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바로 전복사태장. 주변 직장인들이 하나둘씩 주문하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기대감이 배가되었다. 갓 지은 따끈한 밥에 비벼 먹는 장요리는 언제 먹어도 실패가 없지만, 여기에 전복과 사태가 함께 들어간 조합이라니, 상상만 해도 든든하고 기분 좋아지는 구성이다.
잠시 후 테이블에 올라온 전복사태장은 비주얼부터 압도적이었다. 작은 도자기 그릇 속에 윤기 좌르르 흐르는 사태와 통통한 전복이 먹음직스럽게 올려져 있고, 양념장에도 한가람 특유의 깊은 향이 깃들어 있었다. 한 숟가락 떠올려 밥 위에 얹는 순간, 퇴근 후 파김치 되는 워킹맘의 심장이 스르르 풀리는 느낌. 사태는 오래 푹 익혀낸 듯 포슬포슬하면서도 결이 살아있고, 전복은 질기지 않게 탱글한 식감으로 씹는 맛이 좋았다. 간장 양념이 짜지 않고 은은한 단맛과 고소함이 밸런스를 잡아줘 계속해서 숟가락이 가는 맛.
같이 나오는 반찬들도 정갈해서 전체적인 만족도를 높였다. 특히 집에서 매번 챙겨 먹기 힘든 손질 좋은 나물 반찬이나 깔끔한 김치가 전복사태장과 정말 잘 어울렸다. 한가람의 장점은 메뉴 하나에만 집중하지 않고 전체 구성의 조화를 잘 맞춘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혼자 점심을 먹으러 왔는데도 허전하거나 어색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조용히 혼자 먹기 좋은 분위기여서 다음에도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밥을 거의 다 비빌 즈음, 간장 양념이 밥알 하나하나에 베어 입안에 감칠맛이 맴돌았다. 워킹맘의 점심시간은 늘 빠르게 지나가지만, 오늘만큼은 한 숟가락 한 숟가락 제대로 나를 챙겨준 시간이었다. 특히 오전 회의로 쌓인 긴장이 전복사태장 한 그릇으로 스르르 녹으면서, 오후 업무도 힘 있게 시작할 수 있는 기운을 충전한 느낌. 가끔씩 이런 든든하고 정성 가득한 한 끼가 큰 힘이 된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한가람은 화려하게 과한 맛이 아니라, 재료 본연의 풍미에 깊이를 더한 ‘잘 만든 식사’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을지로 근처에서 깔끔하고 만족스러운 점심을 찾는 직장인들에게 자신 있게 추천하고 싶은 곳. 다음엔 회사 동료들과 함께 와서 다른 메뉴들도 맛보고 싶다. 오늘의 점심 선택은 정말 탁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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